지난 주에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한 3일 정도 멍하니 지내다가 뭐라도 해야지 싶어서 주섬주섬 PC 부품들을 주문해서 데스크탑을 만들었습니다.
회사에서 보너스가 나왔는데, 원래는 여자친구와 놀러가려 했었지만…. 뭐 지나간 일이고요, 술도 안 좋아하고 만날 사람도 아예 없다보니 뭐라도 해야 좀 머리 속에서 잊혀지겠지 싶어서 만들어 봤습니다.
이 조합은 예전에 웹서핑 중 나름 괜찮아 보여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만들어 봐야지 했었고, 마침 중고나라에 미개봉 제품이 있더군요. 그래서 만들어본 8리터 짜리 미니 데스크탑 입니다.
이번에 만들어본 제품은 애즈락의 베어본 Deskmeet X300을 기준으로 만들었습니다.
해당 제품은 국내에는 출시가 되지 않아서 아마존 같이 해외구매를 해야 하는데, 마침 미개봉 제품이 괜찮은 가격에 올라와 있길래 구매해 봤습니다. X300은 AMD CPU를 사용하지만 인텔 기반의 B660 모델도 있다고 합니다. B660은 매물이 거의 없더군요.
그래픽카드는 RTX3060Ti로 구했습니다. 이번에 구매한 부품 중 유일하게 중고 제품이네요. 해외 리뷰와 국내 리뷰를 보니 EVGA 2팬 제품이 거의 아슬할 정도로 딱 맞게 들어간다고 해서 구해봤습니다.
CPU는 라이젠 5500으로 샀는데, 사실 별로 하는 것도 없고 게임만 60프레임 맞춰주면 되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샀습니다. 더불어 케이스 특성상 발열에 유리한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다른 CPU대비 발열이 좀 적지 않을까 싶은 기대도 있었네요.
그 외 램은 이메이션 8기가 4개를 샀고, SSD는 집에 있던 970Evo로 달아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CPU쿨러는 써멀라이트의 AXP90-X47 FULL로 구매했는데요, 나중에 팬을 교체하기는 했습니다만, 슬림형 쿨러 치고는 통구리라서 나름 발열을 잘 잡아 줬습니다.
먼저 Deskmeet의 구성품은 메인보드, 케이스, 파워로 구성된 본체가 있고, 매뉴얼, 조립용 나사 등등이 들어 있습니다.
파워는 500w 80+ 실버급이 들어가 있다고 하더군요.
전용 파워라서 케이블도 짧게 되어 있고, VGA용 8핀 케이블은 1개만 있습니다.
이녀석이 조금 특이했던게, 위 아래 길이는 ITX급인데 좌우가 조금 더 길어서 램 슬롯이 4개 입니다.
그래서 8기가 4개로 구성했네요. M.2 슬롯은 하나뿐이고 대신 SATA포트 2개와 Wifi 슬롯이 있습니다.
VGA는 20cm까지 가능하긴 한데 조립이 어려워서 추천드리기는 좀 그렇고요, VGA를 장착하지 않는다면 1열 120mm 수냉도 달 수 있다고 합니다.
대충 조립한 후 내부 입니다.
CPU쿨러는 녹투아로 교체했습니다. AXP90 구성품으로 들어있던 쿨러가 꽤나 시끄럽더군요.
3060Ti는 뒷쪽 가이드를 거의 휘듯이 벌려서 겨우 넣었습니다. 나사 고정용 가이드가 걸려서 그런데, 일단 통과만 돼면 내부에서는 공간이 대략 1cm 정도는 남습니다. 진짜 딱 맞게 들어가네요.
파워를 가급적 원래 있던거 쓰려고 하기도 했고, 20cm 기준에 맞추니 3060Ti가 거의 최선이었습니다.
추가로 게임 설치용으로 1TB 2.5 SSD 저렴한거로 하나 사서 우측에 달아 줫습니다.
2.5인치 디스크는 최대 2개 혹은 3.5인치 디스크 1개를 우측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 중 하나가 저가형 보드라서 그런지 후면에 C타입 단자가 하나도 없습니다.
있으면 써먹기는 할텐데 아예 없는건 좀 아쉽네요.
전면부가 심심하길래 스티커 이것저것 좀 붙여주고 마무리 했습니다.
대충 크키가 가로로 놨을 경우 W22xH16xD22 정도 됩니다. 개인적으로 여태껏 만들었던 미니 데스크탑 중에서는 제일 편하게 조립하긴 했네요.
의외로 발열도 그렇고 성능도 그렇고 나름 괜찮은 구성이 됐습니다. 게임 용도로 맞추기는 했는데, 모니터가 따로 없어서 TV에 물려서 쓰기 때문에 4k 60hz만 맞춰주면 됐거든요. 소음은 CPU쿨러 쪽은 거의 없는데, 그래픽 카드쪽은 약간 있긴 합니다. 다만 게임할 때는 어차피 소리에 묻혀서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더군요.
이 조합으로 갓오브워 4k DLSS 균형에 그래픽 프리셋 울트라로 60프레임 유지는 잘 돼서 만족스러웠습니다.
CPU를 5600x정도로 올리지 하는 얘기도 있긴 했는데 500w 파워라서 유지가 잘 될지는 모르겠었습니다. 그래도 5500성능만으로도 일단 제가 원하던 수준은 잘 나오네요.
원래 PC로는 거의 게임을 안하는 편이었는데 작년에 UMPC와 스팀덱을 썼어서 나름 라이브러리가 꽤 쌓였길래 한 번 맞춰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용 데스크탑을 맞췄을 때가 19년도에 1080Ti를 썼던거였는데, 거의 3년 정도 지나서 데스크탑을 다시 써보네요.
일단 베어본의 크기나 구성, 조합들은 마음에 듭니다. 다만 전용 파워를 그대로 쓴다면 한계가 좀 있어서 상급의 CPU와 그래픽 카드를 원하신다면 교체가 필요할 듯 합니다. 다행히 일반적인 ATX 사이즈라서 파워 교체는 쉽긴합니다. 그렇지만 내부에 CPU쿨러가 54mm 높이까지만 들어가기 때문에 어차피 완전 고사양으로 맞추기는 어려워 보이더군요.
확장성도 괜찮고 나름 나쁘지 않은 제품인데 국내에는 왜 안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거 만들면서 잠시나마 안좋은 일은 잊고 그럭저럭 잘 보내고 있는 듯 합니다. 다음에는 안좋은 일이 아니라 좋은 일로 PC를 만들었으면 좋겠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