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는 한국의 월드컵 역사에 있어 ‘최강 빌런’이었다.
한국은 23일(한국시간)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H조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의 첫 장애물이 공교롭게도 악연이 깊은 우루과이다.
우루과이는 한국의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넘기 힘든 상대였고 또 지금까지 넘지 못했다. 1954 스위스월드컵부터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스페인, 독일, 벨기에 등 숱한 강적들을 만나왔으나 우루과이는 가장 높은 난이도를 자랑했다.
한국과 우루과이의 첫 만남은 1990 이탈리아월드컵 조별리그였다. 당시 아시아 예선을 무패로 통과한 한국은 벨기에와 스페인에 연달아 패하며 세계 축구의 벽을 제대로 실감했다. 마지막 상대는 우루과이. 당시 1무 1패를 기록했던 그들은 한국을 제물로 삼아 16강 진출을 노렸다.
지난 2경기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던 한국은 우루과이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후반 25분 윤덕여의 퇴장 이후 균형이 급격히 무너졌고 끝내 후반 추가 시간, 다니엘 폰세카에게 헤딩골을 내주며 3전 전패 수모를 겪었다.
윤덕여의 퇴장, 그리고 폰세카의 헤딩골 모두 논란이 있었다. 특히 폰세카의 헤딩골은 오프사이드가 의심됐지만 VAR(비디오판독) 시스템이 없었던 그 시절에는 판정 번복이란 없었다. 결국 우루과이는 한국전 승리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에서 한국과 우루과이가 재회했다. 당시 우루과이는 에딘슨 카바니와 루이스 수아레즈, 디에고 포를란, 디에고 루가노, 디에고 고딘, 페르난도 무슬레라 등이 버틴 강적이었다. 개최국 남아공, 그리고 멕시코를 제치고 당당히 16강에 진출했다. 한국도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평가였다. 박지성과 이영표, 박주영이 있었고 이청용과 기성용 등 젊고 능력 있는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 배치됐다.
그러나 포를란에 대한 수비 집중이 수아레즈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지며 선취점을 내줬다. 이청용의 헤딩 동점골로 1-1 균형을 이뤘으나 이동국의 슈팅 미스, 그리고 수아레즈의 그림 같은 중거리 슈팅이 이어지며 결국 1-2로 패배, 탈락하고 말았다. 한국을 제친 우루과이는 8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가나까지 무너뜨리며 4강 무대에 섰다.
우루과이는 한국의 월드컵 역사에서 2번 이상 만난 상대 중 튀르키예(2패), 아르헨티나(2패), 멕시코(2패)와 함께 전패를 안긴 ‘천적’과도 같다. 중요한 길목에서만 만났고 또 매번 좌절하게 한 ‘최강 빌런’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선 다른 결과를 내야만 한다. H조 1위 후보로 꼽히는 강팀이지만 한국의 입장에선 마지막 상대가 ‘최강’ 포르투갈인 만큼 반드시 우루과이전에서 1점 이상의 승점을 가져와야 한다
과거 만났던 우루과이에 비해 한층 더 강해졌다는 평가가 있지만 한국도 달라졌다. 손흥민과 김민재라는 세계 정상급 공수 핵심 전력이 있고 지난 4년 동안 함께하며 맞춰온 조직력이라는 최고의 무기가 있다. 과거의 아픔을 갚아줄 최고의 기회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